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부모와 아이가 고르고 싶은 책이 참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도서관에 가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학년 수준에 맞는 책, 글밥이 어느 정도 있는 책, 읽고 나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책 말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책은 제 생각과 조금 달랐습니다.
경제나 과학을 만화로 풀어놓은 책을 좋아하고,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고민했습니다.
“계속 이런 책만 읽어도 괜찮을까?”
그런데 아이와 도서관을 계속 다니다 보니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초등학생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는 경험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처음에는 도움이 되는 책을 골라주고 싶었다
아이와 도서관에 가면 자연스럽게 부모 눈에는 교육적인 책이 먼저 들어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의 학년을 생각하면서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만화책보다는 글이 많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도서관까지 왔으니 재미있는 책만 고르기보다는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책을 빌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고르는 책뿐 아니라 제가 읽었으면 하는 책도 함께 골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고른 책과 아이가 실제로 손이 가는 책이 항상 같지는 않았습니다.
2. 아이가 반복해서 찾는 책에는 이유가 있었다
도서관을 몇 번 다니다 보면 아이가 어느 코너에서 오래 머무는지, 어떤 책을 먼저 꺼내는지가 조금씩 보입니다.
우리 아이는 경제나 과학을 재미있게 설명한 만화책에 관심이 있고,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책도 좋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쪽 종류의 책만 보는 것 같아 다른 책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른도 관심 없는 책을 억지로 읽으라고 하면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히느냐 보다 먼저 책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 부모가 골라준 책은 생각만큼 잘 읽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가 고른 책과 제가 골라준 책을 함께 빌리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집에 돌아온 뒤였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골랐던 책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데 부모가 읽었으면 해서 고른 책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이것도 한번 읽어봐.”라고 권하면 그때 잠깐 펼쳐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했던 건 엄마가 읽으라고 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책을 꺼내 읽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제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4. ‘만화책 말고 다른 책’이라는 말을 줄였다
초등학생이 학습만화를 많이 읽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글이 많은 책을 안 읽게 되는 건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경제나 과학만화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만화를 줄이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른 형태의 책으로 연결해보는 방법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 만화를 좋아한다면 과학 실험이나 우주, 동물처럼 관심을 보이는 분야의 쉬운 정보책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좋아한다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놓은 책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못 읽게 하는 대신 좋아하는 주제를 이용해 읽을 책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방식입니다.
5. 책을 고르는 선택권을 아이에게 더 주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도서관에 가면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려고 합니다.
부모 눈에 조금 쉬워 보이는 책을 고르더라도 바로 바꾸라고 하지 않고, 같은 책을 또 보고 싶어 하더라도 꼭 새로운 책만 고르게 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는 과정에도 꽤 많은 판단이 들어갑니다.
표지를 보고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제목을 읽어보고 내용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보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다시 내려놓기도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가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아이가 고른 책과 부모가 권하는 책을 섞어보기
그렇다고 부모가 아무런 책도 권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분야는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선택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한쪽으로만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충분히 고르게 하고, 그 사이에 제가 보기에 재미있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책도 가볍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부모가 권한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숙제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읽고, 별로 관심이 없다면 다음에 다른 책을 찾아보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저도 아이의 독서에 개입할 때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7. 아이의 관심 분야를 알면 다음 책을 고르기가 쉬워졌다
도서관을 계속 다니면서 알게 된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이의 관심사를 발견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책을 반복해서 꺼내는지 보다 보면 관심 분야가 보입니다.
과학을 좋아한다고 해도 모든 과학 분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 있고, 역사책 에는 관심이 없어도 신화 이야기에는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걸 알면 다음 책을 권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부모가 원하는 분야에서 아이에게 맞는 책을 찾는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조금 더 넓은 책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 더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8. 초등학생 책을 고를 때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기준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면서 지금은 몇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첫째, 아이가 직접 고르는 책을 존중합니다.
둘째, 학습 만화 라고 해서 무조건 제외하지 않습니다.
셋째,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가 보이면 같은 주제의 다른 종류 책을 하나 씩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서관에서 빌렸다고 모든 책을 끝까지 읽게 하지는 않습니다.
읽어보니 재미가 없거나 생각보다 어렵다면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장점은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9. 아이가 책을 잘 안 읽는다면 이렇게 시작해봐도 좋다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권장 도서 목록을 채우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스스로 꺼내는지 관찰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룡만 고를 수도 있고 만화책만 고를 수도 있고 자동차나 요리책 만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관심사가 보이면 그 주제에서 조금씩 옆으로 넓혀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경제 만화를 좋아한다면 어린이 경제 이야기나 돈과 은행에 관한 책으로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과학 만화를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과학 상식이나 과학 실험 책으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권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 단계 씩 넓혀가는 방식이 부담이 적었습니다.
10.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 책을 읽었는지 보다 이것을 본다
예전에는 아이가 어떤 수준의 책을 읽는지 가 더 눈에 들어왔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부분을 보려고 합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지, 스스로 책을 고르는지, 집에 와서 자기가 고른 책을 다시 꺼내는지.
이런 작은 행동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책을 좋아하게 된 뒤에는 관심 분야가 달라질 수도 있고 읽는 수준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의 도서관 이용 목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
부모인 저는 그 옆에서 새로운 책을 살짝 보여주는 역할을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면서 오히려 제가 배운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만큼 아이가 자기 책을 고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도 독서 교육의 한 부분이라는 것.
앞으로 아이의 관심사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책으로 이어지는지도 천천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책에 관한 비슷한고민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들 같이 화이팅 합시다.
제 포스팅이 조금이 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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