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돈에 대해서 언제부터,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우리 집은 아직 아이에게 매주 또는 매달 정해진 용돈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간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가끔 카드를 주고 편의점에 다녀오게 하는 정도였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처럼 먹고 싶은 간식을 직접 골라 계산하고 오는 식이었죠.
처음에는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카드를 주는 것과 아이가 자기 돈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꽤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로 2,000원을 쓰든 5,000원을 쓰든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이 실제로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본격적으로 용돈을 주기 전에 생활 속에서 돈의 개념부터 알려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초등학생 경제 교육의 시작은 돈을 많이 모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면 줄어들고, 가진 돈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1. 카드를 주면서 처음 알게 된 것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서 혼자 편의점에서 계산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을 때 카드를 주면 아이가 직접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골라 계산합니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는 것까지는 혼자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여기에는 빠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현금 5,000원이 있다면 3,000원짜리 간식을 사고 나면 2,000원이 남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카드를 들고 가면 그런 한계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5,000원까지만 사 와” 라고 정할 수는 있지만, 자기 지갑에서 돈이 줄어드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단순히 결제를 경험하게 하는 것과 돈을 관리하는 경험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 그래서 물건의 가격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이가 무언가를 골랐을 때 제가 가격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경제 교육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아이에게도 가격을 보게 하려고 합니다.
“이거 얼마야?”
“두 개를 사면 얼마일까?”
“5,000원까지만 쓸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를래?”
어른에게는 너무 쉬운 질문이지만 아이에게는 꽤 많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갖고 싶은 것을 전부 살 수 없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덧셈과 뺄셈도 하게 됩니다.
경제 교육이 꼭 경제 책을 펼쳐 놓고 해야 하는 공부는 아니었습니다.
편의점 가격표 하나도 좋은 경제 교육 소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3. 사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해보기
아이와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도 사고 싶은 것이 계속 생깁니다.
간식도 먹고 싶고, 장난감도 갖고 싶고, 문구점에 가면 예쁜 학용품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럴 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요즘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건 필요한 걸까, 갖고 싶은 걸까?”
갖고 싶은 물건이라고 해서 사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두 가지를 구분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필이 없어서 사는 것과 이미 연필이 많은데 예쁜 캐릭터 연필이 갖고 싶어서 사는 것은 이유가 다르니까요.
이 차이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면 나중에 용돈을 받았을 때도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 이제 정기적인 용돈을 고민하는 이유
사실 지금까지는 굳이 용돈을 줘야 하나 싶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부모가 사주고 간식을 사고 싶을 때는 카드를 주면 되니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이 방법이 편합니다.
그런데 경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편리한 것과 교육적인 것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일정한 돈이 생기면 선택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오늘 3,000원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모아서 다음에 더 갖고 싶은 것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도 해볼 수 있습니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샀다가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발견했는데 돈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경험이 오히려 돈 공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용돈을 시작한다면 금액보다 먼저 정하고 싶은 것
아직 우리 집은 정기적인 용돈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몇 가지 원칙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실제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용돈을 줘 놓고 부모가 매번 무엇을 사라고 결정한다면 결국 부모 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전부 써도 혼내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돈을 관리하는 아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한 번에 다 써보고 후회하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부모가 바로 대신 채워주지 않는 것입니다.
용돈을 다 썼는데 바로 돈을 다시 준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들은 우리 집에서 앞으로 용돈을 시작할 때 적용해보고 싶은 원칙입니다. 실제로 시작해보면 생각과 다른 부분도 분명 생길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역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6. 저축도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으로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아이 경제 교육을 생각하면서 제가 가장 조심하고 싶은 부분도 생겼습니다.
돈을 안 쓰는 아이가 반드시 돈 관리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돈은 모으기도 하지만 필요한 것을 사거나 원하는 경험을 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돈을 시작하게 된다면 무조건 저금통에 넣으라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하나 정해보게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갖고 싶은 물건이 30,000원이라면 현재 가진 돈은 얼마인지,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한지, 매번 조금씩 남기면 얼마나 걸리는 지를 함께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축이 단순히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위해 기다리는 과정이라는 것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마트와 편의점을 경제 교육 장소로 활용해보려 한다
경제 교육을 위해 특별한 교재부터 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와 가장 자주 가는 마트와 편의점에서 충분히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종류의 물건인데 가격이 다르면 왜 다른지 살펴보고, 큰 포장과 작은 포장의 가격을 비교하고, 할인한다고 무조건 사야 하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정해 놓고 직접 간식을 골라보게 하는 것도 해볼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네가 고를 수 있는 간식은 5,000원까지야.”라고 정하면 아이가 가격을 확인하면서 조합해야 합니다.
제가 골라주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계산하고 포기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8. 경제 교육을 시작하니 부모의 소비 습관도 보였다
아이에게 돈을 알려주려고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제 소비 습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이에게는 “그거 꼭 필요한 거야?”라고 물으면서 정작 부모는 휴대폰으로 필요한지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부모가 돈을 사용하는 모습도 계속 보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장을 보면서 가격을 비교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다시 내려놓거나, 큰 지출을 하기 전에 비교해보는 모습 자체도 생활 속 경제 교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초등학생 경제 교육, 용돈을 주기 전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경제 교육 = 용돈 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기적인 용돈을 주지 않는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은 꽤 많았습니다.
편의점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정해진 금액 안에서 간식을 고르고,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을 구분하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
이런 작은 경험부터 돈 공부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도 이제 정기적인 용돈을 시작해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작하게 된다면 얼마를 줄지, 어떤 규칙을 정할지, 아이가 처음 받은 용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완벽한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돈을 잘 모으는 법보다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것은 하나 입니다.
한정된 돈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방법.
우리 집의 경제 교육은 거기서 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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